이란 영화 거장의 인간 탐구
2012년 타임스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던 이란의 아스가르 파르하디(AsgarFarhardi)는 ‘A Separation’(2011), ‘더 세일즈맨’(2016)으로 유일하게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을 2차례 수상한 감독이다. 파드하리 감독은 계층간의 갈등, 신과 인간의 충돌,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 등 이란의 민감한 정치 상황과 심리적 위기감을 섬세하게 다룬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발표, 국제무대에서 이란 영화의 인식을 바꿔 놓는 역할을 해왔다. ‘사막의 춤’은 2003년 발표한 그의 데뷔작으로 초년생 감독의 작품임에도 그만의 강렬한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이민자 거주지에 사는 순진한 청년 나자르(유세프 코다파라스트)는 가족들의 성화로 새로 결혼한 아내 레이하네와 이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아내의 어머니가 매춘에 관련된 일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나자르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안 그래도 빚에 쪼들리던 그가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녀의 결혼 지참금을 돌려주는 일이다. 그는 사막으로 가 뱀을 잡아 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는다. 나자르는 빚쟁이들로부터 도망쳐 사막에 숨어 지내다가 나이든 뱀사냥꾼헤이다르를 만난다. 그에게도 아내를 위하여 살인을 하고 감옥에 있는 동안 아내가 도망가버린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나자르는 다시 도시로 돌아가 자신들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벌자고 제안한다. 나자르는 뱀에 물려 위기에 처하고 헤이다르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소외된 두 사람, 과묵한 헤이다르와떠벌이 청년 나자르 사이에 끈끈한 인간애가 들어선다. 파르하디 감독의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을 위해서는 희생이 요구된다. 젊음과 경험, 믿음과 체념 사이에서 상대방과 대립하고 주변과 대립하며 또한 자아와 대립한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의 반전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아름다운 인간애를 극대화하지만 다른 영화의 클리셰한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거의 말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황폐한 내면의 소유자 헤이다르를 연기하는 파라마즈가리비안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파르하드 감독은 그의 대부분의 영화에서 관객의 능동적인 해석을 요구한다. 인간을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회색으로 보는 그의 시각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선하고 악해질 수 있는 존재들인 인간에게 절대악이나절대선은 없다.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각자 선이라고 믿는 가치들이 충돌할 뿐이다. 영웅과 악당, 선인과 악인의 이분법은 요즘 같은 시대엔 인위적일 뿐이다. 파르하디의 영화들에서만큼은 절대선, 절대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김정 영화평론가영화 영화 사막